2008년 2월 21일은 제 10차 천안 소비자 생활 협동조합의 총회가 열리는 날이다.
천안생협이 벌써 10살이 되었다는 뜻이다. 나는 1998년 처음 천안생협이 창립될 때 조합원으로 가입하여 물품만 열심히 공급받는 조합원으로 있다가 작년에 강권(?)에 못 이겨 조합 활동을 시작한 새내기 이사다.
  평조합원으로 있을 때에도 생협의 행사와 강연도 관심을 갖고 참여하려고 노력하였고 특히 총회는 빠지지 않고 출석하여 열심히 생협의 활동에 대해 경청하고 의문나는 점을 질문하였다. 원고 청탁을 받고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부터 해보았다. 아마 생협의 창립 발기인으로서의 생협에 대한 의무감 애정표현이었을 것이다. 그럼 나는 왜 생협을 처음 만들 때부터 동참하고 이제껏 이어왔을까?
  올해 총회 준비를 하면서 맨 처음 한일이 총회에 대한 교육을 받은 것이었다. 총회 교육 자료집에 맨 첫 장에 협동조합의 정의와 가치가 적혀 있었는데 이것이 내가 생협을 지속적으로 하는 동기를 일깨워 준 것 같아서 여기에 그대로 인용해본다.

협동조합의 정의
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관리되는 사업체를 통해 공동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조직된 사람들의 자율적인 조직이다.

협동조합의 가치
협동조합은 자조, 자기책임, 민주, 평등, 형평성 그리고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하며 조합원은 협동조합 선구자들의 전통에 따라 정직, 공개, 사회적 책임, 타인에 대한 배려 등의 윤리적 가치를 신조로 한다.

  협동조합은 1820년대 영국 산업혁명 시기에 오언이 세운 스코틀랜드 뉴래너크 방적공장을 중심으로 한 협동 마을을 그 효시로 본다. 상상해보라. 아동착취가 거리낌없이 행해지고, 13~14시간의 노동이 당연시되고 모든 이윤이 자본가에게로 집중되던 때, 비영리주의를 표방하고 노동자 복지를 위한 지출, 일치와 협동에 의한 관리, 이윤의 고른 분배 등이 이루어지는 경제 조직이 존재했다는 것을. 아마 그 당시 그것을 체험한 모든 이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천국을 경험하였을 것이다. 이 운동은 결과적으로는 실패하였으나 그의 사상은 위에 소개한 협동조합의 정의나 가치에 계승되고 있다.
  협동조합의 정의에 표현된 것처럼 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관리되는 사업체이며, 자조, 자기책임, 민주, 평등, 형평성,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다.
  우리나라는 정치적으로 민주주의 국가이다. 정치적 민주주의를 제도적으로 가장 잘 표현한 것 중의 하나가 선거의 직접, 보통, 평등, 비밀의 4원칙일 것이다.
우리는 부자건, 가난하건, 나이가 많건, 적건, 많이 배웠던, 그렇지 못하였던지 간에 한사람의 한 표 한 표에 의해서 대통령을 뽑고, 국회의원, 시장을 뽑는다. 적어도 투표하는 순간에는 모든 국민은 평등하다.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자본주의 국가이다. 자본주의의 대표주자격인 경제 조직으로 주식회사가 있다. 주식회사는 정책을 결정할 때에 한사람에 대해 한 표를 주는 것이 아니라 한주에 대해 한 표의 권리를 부여한다. 때문에 주식회사는 사람중심이 아니라 자본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제 조직이다.
  그러나 협동조합은 다르다. 우리는 생협의 총회에서 조합원이 낸 출자금의 다소와 관계없이 1조합원 1표의 원칙을 지킨다. 그래서 협동조합은 민주적이고 평등 지향적인 조직이 된다. 협동조합에는 금권이나 독단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조합원이 총회에 참여하여 조합의 1년 동안의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협동조합을 발전시키는 일임과 동시에 조합원 개개인에게는 경제적 민주주의의 체험이 되는 것이다.
  나는 200년 전 머나먼 영국의 소도시에서 시작된 움직임이 우리에게까지 영향을 준 것처럼 우리 천안생협도 천안생협의 발전과 성장은 물론이고, 천안에 다양한 분야의 협동조합이 더 많이 생기는 근간으로서 존재하는 꿈을 갖고 생협활동을 한다. 그리고 우리 천안 생협의 정책결정 과정과 내용은 협동조합의 정신을 구현해내고 더 풍부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조합원이 총회에 참여하여 민주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고 그 결정에 따라 조합원들이 활발하게 활동을 하는 것이 그 꿈을 이루고 협동조합의 정신을 확산시키는 디딤돌이 되지 않을까?

천안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사 김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