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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딸아이 혼인식(아이쿱생협, 협동으로 랄라라~ 블로그에서 펌!)
작성자 김서진 등록일 2013-10-31 조회수 407
하늘 푸르고 높은 날, 딸아이 혼인식을 치르고!
이렇듯 10월이 간다.
 
2013.10.12일 토요일에 나는 장모가 되었다.
혼인식 시작 시간은 오후 3시 20분,
왜 그리 엉거주춤한 시간일까?
무릇 궁금한 하객들도 계셨으리라. 사정은 이러하다. 평소, 특별한 의식은 안 가져도
아이들 이름을 짓거나 이사를 하거나 혼인 같은 대사에는 길일(좋은 날)을 택하는 게 마땅하다는 지론이다.
그 길일을 알 길이 없으니 전문가 손을 빌리는데...
혼인 날짜도 최고로 좋은 날을 잡고 준비하는데  아뿔싸~ 혼인 식장인
서울시 국방회관 예약이 만만치 않다.
 


 
혼인식 6개월 전, 아침 9시 정각에 딸아이가 인터넷 예약에 들어갔건만
앞 시간은 이미 예약되었고 오후 3시 30분으로 예약 완료!
어쩌겠나? 가장 좋은 시간이 오전 11시~오후 3시 30분으로 나왔는데...
고백하지만 12시 30분 시간에 예약을 못한 게 참으로 안타까웠다.
궁여지책으로 혼인식을 10분만 당겨서 3시 20분에 시작하기로!
당일 예비사위에게 한번 더 시간을 환기시키고 10분 전에는 꼭 시작하길 요청하였다.
저 녀석이다. 사진 속 세 살배기 꼬맹이가 자라서 시집을 갔다.
어릴 적부터 손을 댈 게 없이 제 앞가림이 능했던 딸내미다.
초등학교 입학식 후, 머리맡에 놓인 가방을 열어볼라치면
차곡차곡 준비물 일체를 다 챙겨놓고 잠을 자는 녀석이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신촌 이화여대부속 초등학교까지 버스를 타고 통학을 할 만큼
(남들 다하는 자가용 픽업을 안 하고 그리 훈련!) 야무지게 자랐다.
학교버스 말고 일반버스도 탈 줄 알고 이용하였다.
 






 
이번 혼인식에서 으뜸 공신은 위, 이바지 주였다.
사위는 부모님 슬하에 형제가 있고 큰 아들인데 저 이바지 주로(혼인 전야에 미리 보내드렸다) 3부자께서
아주 즐거웠나 보다. 술이 그렇게 맛나기는... 인사를  여러 번 전해왔다.
 


 
혼인식을 위해서는 준비할 일이 제법 많다.
식장 예약부터 일체를 장본인들한테 맡겨두었지만 어머니 자리에서 할 일이
또 있기 마련... 시댁과 친정 형제들께는 소박하지만 정성스러운 선물을 준비하고
폐백음식에 쓸 청홍 보자기와 한지 끈을 마련하고
혼인 후 첫 방문에 사위 먹을 음식을 준비하고... 시간을 많이 내었다.



 
혼인식에 쓰는 폐백음식은 특별히 신부가 시댁에 첫선을 보이는 신부 집안의 가풍이고 예법이라...
오늘날에는 대부분 전문가 손을 빌려 쉽게? 넘어가기도 하지만
감사하게도 음식 공부하는 후배들과 문성희 선생님이 손수 만들어주셨으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평화가 깃든 밥상> 마스터 과정 3년차 1기생으로,
그 구성원들끼리 뭉쳐진 선후배 사이에 1호로 첫 테이프를 끊은 딸내미 혼사에 폐백음식을
처음 받게 되었다. 문 선생님 지도로 마스터 선후배가 모여 함께 준비한
세상에 한 점 밖에 없는 아주 정성스러운 상차림이 되었다.
 






 
마침, 딸아이 혼인 후 2주 뒤에 또 다른 마스터 과정 후배가 혼주가 되어서
폐백음식 만들기에 동참하였다.
구절판을 레몬으로 닦는 일부터 구절판에 담을 아홉 가지 음식을 마련하는 일은
아주 섬세하고 정성스럽다. 다시마를 축축한 면포에 축여 저렇듯 리본 묶기를 하고
그 사이에 잣알을 끼우고 튀겨내는 일,
통 호두를 깨트려서 속알을  뜨거운 물에 담가 속껍질을 깨끗이 벗기고
감자가루 묻혀 튀겨내고 잣알에 소나무 잎을 한 잎씩 꿰어 잣 솔로 변신,
......
그렇게 7명이 하루 종일 준비하였다.
 






 
이렇게 혼인식에는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주셨다.
딸아이에게 말했다.
"네가 참 복이 많구나. 저절로 이렇게 저렇게 많은 일들이 순조롭고 풍성하게
마련되고 준비되니 말이야~"
혼인 전날에 아버지와 종일 데이트를 하고 밤에는 우리 내외 사이에 잠자면서
엄마에게 내미는 딸아이가 주는 선물이 있었다. 긴 편지글과 손수 손바느질로 만든 앞치마와
커피 필터 싸게 용 주머니...
'아~ 이 녀석, 진짜로 어여쁘네... 어쩜 이렇게까지 ...^^*' 
 


 
사랑스럽다. 참으로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이다.
엄마가 필요한 앞치마와 엄마가 즐겨 쓰는 커피 필터가 저 싸게에 담기길 바라는 마음과
손수 한담한담 수를 놓고 레이스를 달고 손바느질로 마련한 저 마음이
참으로 든든하다.  저 정도 마음 바탕이면 세상 일 무엇이 두렵겠는가?
딸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주고 23세 어린 나이에 자기 짝을 선택하여
어른이 된 일은 그저 고맙다.
 
또 있다.
혼인식 당일~ 딸아이를 보내어 서운할까 걱정이 되었을까?
아니면 스물세 살 꽃다운 나이까지 고이고이 길러 시집을 보내는 엄마 자리에
주는 상이었을까? 멀리 대구에서 서울 국방회관까지 이 꽃바구니를 만들어 들고 나타난
후배 내외... 나는 이 글을 정리하면서 다시금 뭉클하다.
가슴이 저릿하고 미어 온다. 고맙다. 참으로 고맙고 또 고맙다.
 






 
참 좋은 계절이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
어찌 알고 저렇듯 양날개를 달고 때가 되면 자유롭게 날아갈 준비를 마친 단풍 씨앗,
그저 내 눈길을 사로잡는 황금 들녘,
호박 한 덩이에도 주인장의 손길이 닿은 것은 저리도 다른 자태가 된다는 것을,
그 모두를 가르쳐준 10월이 가고 있다.
오늘은 2013년 10월 31일 나무 날~
 
 
나는 보림향 하나를 피우고 내 마음을 다잡는다.
첫째는 딸아이 혼인식이 3시 30분 안에 혼인서약문까지 매듭지어진 것이 참 고맙다.
(나는 혼주 석에 앉아 저절로 시계를 보게 되었는데 주례사가 혼인서약을 알리고
주례사로 들어가는 시간이 딱 3시 30분이었다)
둘째는 남편 학부 1학년 때부터 인연 지은 가족들 자녀 10명 가운데
첫 테이프를 끊는 신부를 위해 신부 오빠를 포함한 9명 멤버들이 축가를 불러주었다.
작사 작곡한 노랫말로 신랑신부를 축복해주니 엄마마저 뭉클뭉클~~
셋째는 울 내외랑 인연 지은 많은 벗들이 기꺼이 달려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해주니
어찌 말로 다하겠는가?(특히, 천안 아이쿱 활동가들의 기꺼운 걸음에 감동!!!
거리가 있어 자칫 소홀한 나의 활동을 짚어보게 만드는^^* ㅋㅋㅋ)
 
글.사진 - 천안 아이쿱 깨어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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